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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이 남이 되기까지, 500일의 썸머
    김향기의 사생활/Netflix 2020. 3. 24. 21:31

    요즘,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사랑을 연습하기 위해, 사랑하는 이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로맨스 영화에 입문하게 되었다.

     

    오늘 내가 본 영화는 500일의 썸머.

     

    (출처: 싸이월드 이미지)

     

     

    '이 이야기는 사랑 얘기가 아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다'

     

     

     

    '해피엔딩에 익숙해진 난 이 복선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끝나버린 순간이었다.

     

    우리에겐 많은 만남이 존재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마 스쳐 지나간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사소한 우연들이 만나 인연이 되고 그 끈은 사랑으로 얽혀 때로는 기쁨에 넘치기도 때로는 슬픔에 매이기도 한다. 톰과 썸머도 그렇게 사랑이 시작됐다.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여느 커플처럼 미친 듯이 사랑하는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 것이다. 찌는 듯한 더위도 잊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위로가 되고, 서로가 서로의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썸머는 말 그대로 여름과 같았다. 그녀의 시선은 늘 톰을 향했고, 무슨 말을 하든 귀기울이며 애정 어린 말과 행동들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다. 보는 나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계절이 그러하듯 여름도 떠나갔다. 뜨거웠던 열정도 나만 바라보던 그 사랑이 서서히 식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기 가득한 썸머가 점점 차가워졌다.

     

    만남에 피로를 느끼고, 톰에게 날카로운 칼이 되어갔다. 그렇게 둘은 남이 되었다.

     

     톰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운명 같던 상대가 소리 소문 없이 떠나버렸을 때, 그는 분노했고 증오했다. 아름다웠던 그 모습들이 아름답지 않았다. 처음엔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후회와 미련이 그를 덮쳤다.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이었을까?', '우린 왜 헤어져야만 했던걸까?'...

     

    시간은 흘러, 1년 전 그 때의 여름이 찾아왔다. 거짓말처럼 또 다른 우연을 통해 그 둘은 만남을 이어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억지로 잡았던 미련의 끈이었다. 예전과 같았던 공기. 톰은 어쩌면 서로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용기를 가졌을 테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썸머는 다른 이와 영원을 약속했다.

     

    톰은 좌절했다. 그리고 그 현실을 잊기 위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게 잊혀질 때쯤 썸머는 불현듯 그를 찾아왔다. 이제는 남이 되기 위한 준비를, 톰과 함께했던 여름을 진정 떠나보내기 위해서. 

     

    488일의 톰과 썸머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 아이러닉함을 느낀 썸머와 톰은 웃으며 서로를 보낸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그렇게 남이 되었다.

     

    썸머가 떠난 뒤, 그에게는 또 한 번의 여름이 찾아왔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느낀 점)---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 같은 사랑도 결국엔 서로의 선택이 모여 이뤄진 결과이며 영원하지 못한 사랑도 결국 이와 같다는 것을. 사람들은 그저 인연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안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반복되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허락된 사랑하는 이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오늘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참 감사했다. 얼굴 맞대어 통화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둘만의 암어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때로는 죽일듯이 욕하고 싸우는 것조차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연의 끈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 안주하지 않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여름을 잊지 않고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것. 그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수밖에.

     

    당신의 여름은 지나갔나요? 아니면 아직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무엇이 됐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늘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누리는 것이 아닐까요?

    무더운 여름을 추억하는 이에게, 여름을 기다리는 이에게 이 영화 추천 드리며,

    인사올리겠습니다. 오늘도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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