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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김향기의 북로장생/인문학 2020. 4. 4. 23:33

     김향기의 북로장생, 여덟 번째 책. 인문학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약 한달 전, 세계 여성의 날이었죠.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해지기까지 수많은 빈곤과 압제 속에서 버텨온 이들을 기리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많은 혜택을 받아온 남성이지만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이러한 기념일과 운동들을 남성들이 먼저 지지해주고 이끌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Francesca Sanna의 그림 (출처: 구글 검색)

     

     오늘의 오프닝, 좀 많이 무거우셨다구요? 그럴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이 이런 중압감과 깊은 고민을 낳게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개할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입니다. 아주 유명한 고전이죠.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으로 뽑힐 만큼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방,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차근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버지니아 울프의 초상화 (출처: 책 뒤 직접 찍음)

     

    짧은 줄거리

     

      버지니아 울프가 쓴 <자기만의 방>은 강연집이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버지니아 울프는 강연을 이어간다. 자신의 강연 속에는 약간의 거짓말이 섞여있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삶을 반추해 여성과 픽션에 대해 설명한다. 당시 만연했던 성차별을 직설과 유희로 풍자하며, 억압받고 고통받는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성이 여성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매년 500파운드를 버는 것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통해 당시 여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핍박 받던 존재였는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위대한 선배' 여성 문학가들의 삶과 문학을 통해 현대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의 방향을 제시한다. 더 나은 삶, 자유와 해방을 위해 부르짖는 그녀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책 표지 (출처: 직접 구매 후 촬영)

     

    감상평 및 한 줄평

      여성을 성적 비하하거나 성차별적 발언이 근대 문학 시대에 만연하게 이뤄졌던 문화였다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나도 그 시대에 살아갔다면 이런 것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우쭐대는 사람이었겠구나. 소름이 끼쳤다. 지금 사회가 이전보다 진일보했다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아직 갈 길이 멀은 것 같다. 뉴스에서 온갖 성희롱과 성추행과 폭행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생겼다 사라진다. 많은 이들이 핍박받았지만 잠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뿐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당한 이들끼리의 연대가 있고, 그 가족이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외에는 이 사회는 아직 어리다. 정말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는 여성들이 많다. 버지니아 울프도 이런 여성 중 한 명이었다.

     

     이 책을 보다 보면 남성 문학에 대한 많은 고증들이 있다. 버지니아는 그 문구들을 찾아낼 때마다 비수가 꽂히고, 여성이라는 고귀한 정체성을 지켜나가는데 큰 시련을 가졌을 것 같다. 마음이 많이 어렵다. 난 그저 과거의 르네상스와 근대 시대에는 낭만과 아름다움이 도처에 있는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고전 문학을 살펴볼수록 빈부의 격차, 성차별, 온갖 더러운 범죄들이 만연한 것의 폭로가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비통할 뿐이다.

     

     한 여성이 책을 읽고 자연스레 펜을 들어 자신의 마음과 가치들을 글에 담기까지 많은 인고의 세월이 흘렀다. 난 그저 이런 시절의 인내가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또 하나 큰 깨달음과 가치를 배웠다. 일상의 소중함을 모두가 자연스레 누릴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내가 그 자리에 기꺼이 나아가야 겠다는 약간의 다짐 섞인 말을 적는다. 매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 88만원 세대, 9포 세대. 우리가 바라볼 시선은 바로 이곳이지 않을까.

     

    한 줄평: 일상에 안주하지 말고, 고통 속에 있는 이와 함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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